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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타

프로야구 110812 삼성 VS 기아전 직관 관람기, 오승환 200세이브 신기록 달성의 순간

 


디카를 왜 들고 가지 않았을까.


어제 갑자기 야구가 땡겨서 야구장에 다녀 왔습니다...... 는 솔직히 좀 거짓말이고, 실은 오승환 선수의 200 세이브 달성 순간을 볼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에 대구 구장에 갔습니다. 상대팀 기아의 투수가 한창 잘나가는 윤석민이라 가기 전에 조금 고민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날 간 게 정답이 되었지요. 흐흐흐.

1시간 일찍 시민 운동장에 도착했는데 지정석이 완매되어서 일반석으로 구매. 외야에 안착했습니다. 

(지금에서야 생각하는 거지만 미리 예매를 해서 지정석에 가든가 아니면 좋은 디카를 준비하든가 했더라면.... 이란 후회가 듭니다. 들고 간 건 폰밖에 없는 터라 사진이 하나 같이 위 사진처럼 형편없거나 아니면 전광판 사진 밖에 없네요. ㅠ_ㅠ)

기아가 초 공격, 삼성이 말 공격으로 게임 시작.

경기는 양팀이 한 회씩 번갈아 가면서 한 점씩 득점하는 박빙의 전개가 되었습니다......는 맞는 말이기는 한데 서로 점수를 내준 상황이 수비 실책 탓이 많았던 터라 약간 미묘.(...)

1회 초에 기아의 나지완의 땅볼을 삼성의 유격수 김상수가 잡고 흘리는 바람에 홈으로 들어오는 주자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을 놓쳐 버림으로써 -_-; 기아가 선취점. 스코어는 1 : 0 으로 기아가 앞섭니다. 이때 관중석에서는 삼성팬들의 폭풍같은 상수군 디스. (...)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김상수가 오늘 경기의 영웅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2회 말 삼성의 4번 타자 최형우가 볼카운트가 0:3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솔로 홈런을 쳐올리면서 점수는 1:1 동점이 되었습니다. 한 달만의 홈런인데, 이때부터 형우 형님의 이름을 소리치면서 저의 목은 맛이 가기 시작.

3회 초 바로 그 이용규가 (!) 병살타가 될 수 있는 땅볼을 쳤으나 삼성의 1루수 채태인이 2루로 악송구를 보내는 바람에 진루타가 되고 맙니다. 그리고 결국 이 주자가 살아서 홈으로 들어감으로써 점수는 2:1로 다시 기아가 우세. -_-;


내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최형우의 연타석 홈런

4회 말 최형우느님이 또 다시 솔로 홈런을 치면서 점수는 2:2로 또 다시 동점이 되었습니다. 설마 했던 최형우의 연타석 홈런이 터지자 (그것도 윤석민을 상대로!) 대구의 삼성팬들은 분위기가 오르기 시작합니다...... 클리닝 타임에 가까이 가자 슬슬 불펜진 가동에 대한 설레임이 시작되고......

5회 초 그러나 진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아 2번 타자 신종길의 뜬금포로 인해 3:2로 다시 기아가 우세. 관객들 사이에서는 '점마들 짜고 경기하냐?' 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_-; 5회까지는 귀신 같이 서로 번갈아 가면서 1점씩 내주는 상황이었으니.

그리고 약속의 6회 말, 5번 타자 채태인이 기아의 1루수 김주형의 수비 실책으로 인해 살아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6번 조영훈의 땅볼을 기아의 유격수 이현곤이 잘 잡았으나 어이 없는 송구를 하는 바람에 무사 1,2루가 됩니다. -_-; 만일 이때 연달아서 수비 실책이 두 번 나오지 않았으면 경기의 결말은 알 수가 없었겠죠. 참고로 2루까지 나갔던 채태인은 오늘 전타석 출루를 하는 활약을 보였으나 슬라이딩할 때 다친 모양인지 교체가 되고 맙니다. 아니 이 양반은 활약 좀 하나 싶으면 왜 꼭 항상 다치는 거지? 정말 무슨 마가 끼었나 ㅠㅠ 

7번 타자 신명철은 아웃, 8번 타자 현재윤은 삼성의 안방 큰 마님 진갑용으로 교체되고 진갑용은 4구로 1루까지 나갑니다. 그리고 9번 타자 정형식이 땅볼을 굴렸으나 홈주자만 아웃되고 1루는 사는데 성공해서 2사 만루 상황. 그리고 만루에서 득점 확률이 8할이 넘는 만루 변태 (...) 김상수가 주자를 모조리 불러들이는 싹슬이 안타를 쳐서 경기는 5:3 삼성이 역전에 성공합니다. 만일 못 쳤으면 오늘의 역적이 되었겠지.

경기의 균형은 완전히 깨져서 이후 기아는 점수를 한 점도 내지 못하고 삼성은 7회말 또 다시 점수를 한 점 더 내는데 성공합니다. 웃기는 건 3점차가 되자 세이브 조건 때문에 팬들이 자팀, 타팀 구별하지 않고 타자가 들어서면 삼진, 병살, 아웃을 연호하는 상황이...... 이래도 되는 건가? (...) 하지만 저도 200세이브가 보고 싶었기 때문에 기아 투수를 응원했다는



그리고 8회가 시작되면서 삼성 구단의 스텝들은 미리 200세이브 축하용 폭죽을 세팅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기아의 공격은 2회가 남았을 텐데 8회초 삼성의 투수는 삼성이 아닌 타팀에 가면 a급 클로저로 활약할 수 있다는 평을 받는 안지만 선수가 올라왔고 관객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그런데 8회초 2사, 예상하지 못했던 사태가 발생하는데......

끝판대장 입갤.


요 근래 관리 차원 때문에 특별히 위험한 상황이 아닌 이상 9회 1이닝만 등판하던 오승환 선수가 8회초 2사 상황에서 등판을 했습니다. 오승환 선수의 200세이브 달성을 하겠다는 삼성 선수단의 의지가 느껴지던 부분이었지요. 등장곡 라젠카 세이브 어스와 함께 오승환 선수가 등판하고 대구 구장은 열광의 도가니.

그리고 결국 오승환 선수는 세계 최연소, 최소 경기 200세이브에 성공합니다.


오승환 200세이브 달성 순간 대구구장 외야석.

용량 문제 때문에 저화질로 인코딩해서 올립니다.;
외야 전광판 부근에서 찍은 거라 사실 별로 볼 건 없습니다.

도중에 환호 소리가 들리는데 들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들 목소리가 쉬어서 괴성.(...)

당시 대구구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보시려면 그냥 방송 하이라이트 영상을 찾아보시는 게 좋을 지도......

쏘아 올린 폭죽의 연기로 자욱해진 대구 시민 운동장.


세이브가 달성되자 대구구장의 모든 관객들은 스텝들이 미리 나눠준 불꽃을 켜 오승환 선수의 200세이브 달성을 축하했습니다. 전광판에서는 폭죽이 계속 터지고 축하 퍼포먼스는 오승환 선수가 마운드에 다시 올라가 관중들에게 답례하기 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이때 머리 속에서 계속 떠올랐던 것은 오늘 직관 안 왔더라면 평생 후회했을 거란 생각. 감동이었습니다. 우와아아앙.ㅠㅠ 그런데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었으니......
 
폭죽쇼가 끝나고 관객들이 슬슬 빠지기 시작하고 오승환 선수가 인터뷰에 들어가면서 이제 이렇게 마무리되는가 싶었는데...... 누가 외치더군요. '어, 불났다.'


정전 사태도 모자라 이제는 화재 사고까지 일어나는 대구구장. -_-;


 
대구 중부 소방서의 대구 구장 화재 사고 진압 동영상.
 



폭죽을 쏘아 올리다가 무슨 사고가 난 모양인지 전광판 위에 불이 붙었더군요. (.....) 덕분에 중부 소방서에서 소방차가 출동해 화재 진압을 하는 사태까지...... -_-; 그 와중에 시크하게 인터뷰하신 우리의 돌부처. 아무튼 특급 마무리 투수가 보통 소방수라 불리는 상황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오승환 선수가 200세이브 신기록을 달성하는 날 대구 구장에 불이 나고 소방차가 출동하는 사태는 여러가지로 신기한 사건이었습니다. 혹시 삼성 구단에서 일부러 꾸민 퍼포먼스가 아닌지란 생각도 들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또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더군요.; 다행히 별다른 피해 없이 넘어 갔으니, 대구 구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팀 승리와 오승환 선수의 세이브 신기록 달성을 직접 눈으로 보는 즐거운 체험에 진귀한 구경까지 더한 즐거운 해프닝이라 볼 수 있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