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상/게임

[리뷰]킹덤 오브 아말러:레코닝-짜장면 곱베기에 탕수육, 단무지의 조합




킹덤 오브 아말러는 엘더 스크롤의 켄 롤스톤, D&D 포가튼 렐름 세계관 최고 인기 소설인 드리짓 도우덴 사가의 R.A. 살바토레, 스폰의 디자이너 토드 멕팔렌 등의 기라성 같은 제작자들(엄청나게 유명하다기 보다는 미묘하게 유명한?)이 만든 게임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밝혀야 하는 것은 킹덤 오브 아말러는 절대로 혁신적이라던가 개성이 뚜렷한 게임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니, 게임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다크사이더스에 필적하는 카피 작품이 확실합니다.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해서 게임 시스템을 놓고 저작권 소송을 걸 수 있다면, 아말러는 제 1 순위로 개털려버릴 작품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아말러는 자신만의 매력이 있는 작품이 있는 작품입니다.

아말러의 특징은 유로게이머의 표현에서 가장 정확하게 드러납니다:와우, 콘솔 게임 컨버팅 버전. 아말러의 대부분 시스템이나 특징들, 스토리 등은 이전의 게임들로부터 배껴온 것들이 많습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과 운명을 둘러싼 스토리라인, 슬로우모션, 액션 RPG의 전형적인 스킬트리와 진행, 그리고 아이템 제작 시스템 등등 도대체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시중에 나도는 RPG를 다 싸그리 사서 믹서기로 갈아서 만들었다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여기에 결정적인 치명타는 바로 아말러라는 게임의 그래픽과 분위기입니다. 파스텔 톤 풍의 화사한 분위기를 지향하죠. 그리고 이 그래픽만으로 거의 8년 가까이 정점을 찍은 게임이 있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줄여서 와우라구요.

웃기는 것은 와우나 아말러가 지향하는 그래픽도 비슷하지만 심지어 세계관 자체도 비슷하게 구성되어있습니다. 치밀하게 구성된 세계관과 개그에서 진지까지 다양한 스팩트럼의 이야기가 존재하고 신화적인 영웅인 '플래이어'의 존재와 영웅적인 플래이어의 행동으로 세계가 평화를 되찾는다는 구조 역시 와우와 비슷하죠. 물론,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클리셰 설정을 이용해 역으로 독창적인 세계관을 만들어낸 와우와 같이, 아말러의 이야기 역시 클리셰에서부터 독창적인 자신의 세계관을 만들려고 시도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조만 놓고 보았을 때 아말러는 와우를 밴치마킹한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게다가 아말러 MMO 이야기도 가끔식 들리는 이 상황에서는 그저 확신범-_-)

아말러가 독창성하고 한 백만 광년정도 떨어진 게임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만, 그거와 별개로 아말러는 재밌는 게임입니다. 클리셰들이란 기나긴 역사를 통해 그 효율성이 증명된 요소니까요. 마치 짜장면에 단무지 를 시키면 그 둘의 조합이 과연 맛있는 건지 구태여 분석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납득하거나 결과를 내는 것과 비슷한 것이죠. 사실 아말러의 장점은 이러한 구태의연한 시스템에서 오는 재미라기 보다는 게임 자체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분위기에서 빛을 발합니다. 사실, 일반적인 게이머들에게는 생소할지도 모르는 아말러의 세계관은 4계절과 자연현상의 대변인이라 할 수 있는 페이, 그리고 인간 등의 소소한 종족들 사이의 문화에 기반합니다. 특히, 페이라는 존재가 상당히 낮서실수도 있는데, 아말러 자체에서 처음 나왔다기 보다는 영미 문화권에 존재하는 요정 개념을 살짝 비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월드 오브 다크니스의 체인즐링 세계관을 연구(?)하면서 상당히 친숙해진 부분인데, 특히 요정을 페이(Fae)라 칭하는 점이나 4계절의 궁정이 등장하는 점, 그리고 궁정마다 특징적인 감정이나 추구하는 미덕이 존재한다는 점은 이미 체인즐링 룰을 공부하면서 한번 겪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아말러는 상당히 어렵고 낯선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조절하여서 플래이어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끌어내립니다. 거기에, 더 훌륭한 점은 다른 RPG에 비해서 대사가 간략하면서 정확하게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말러는 상당히 많은 양의 설정과 세계관을 전달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며, 플래이어가 이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남겨놓은 것이죠.

아말러 자체의 게임 플래이는 기본적인 액션 RPG이며 새로울 것 없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재밌습니다. 이 재미를 설명하는 것은 상당히 오묘하고 힘들 일인데, 마치 짜장면들 중에서 어떤 짜장면이 가장 맛있나를 판단하는 기준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물론 짜장면과 짜장면 사이의 비교는 쉽죠. 하지만 짜장면과 피자, 된장찌개, 이렇게 서로 다른 음식끼리 비교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아말러는 다른 액션 RPG에 비해서 시스템을 타이트하게 잘 갖추었고, 타격감은 훌륭하며 전투는 재밌습니다. 사실, 이정도가 아말러의 재미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설명일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아말러는 상당히 재밌는 작품입니다. 세계관이나 맵구조 자체가 와우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복제품이 아니죠. 사실 아말러는 그래픽적인 측면(도저히 현세대 그래픽으로 봐줄수 없을 정도의)에서의 결함을 제외하면, 의외의 숨은 명작입니다. 어디서 본듯한 게임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아말러가 보여주는 몰입감은 상당하며 전투는 재밌고 스토리는 흡입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후반부 스토리가 약간 급전개가 있지만, 후속작에서 자신만의 특징을 몇가지 갖추어서 게임을 만든다면(그리고 개인적인 희망이지만 멀티플래이도) 다음 작품은 매이저 프랜차이즈에 버금갈만한 놀라운 작품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