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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대중문화

근래에 읽은 만화 감상 (세인트 영멘, 붓다,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2012/03/02


하루에 한 개씩 블로그 포스팅에 도전.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



1. 세인트 ☆ 영멘 1, 2 권 (저자 : 나카무라 히카루, 역자 : 서현아)



설마 했던 작품이 드디어 정발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말 그대로 기적 같은 일이 아닐련지. (...) 개인적으로 한국에 정발될 확률이 희박한 책이라 생각하고, 어둠의 루트를 통해 (...) 찾아본 작품인데 이렇게 밝은 하늘 아래에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군요. 찬양하라, 용자 학산, 오오. 하지만 가격은 정말 자비가 없는 가격. 140P에 팔천원이라. 3월의 라이온 보다 심하잖아, 이거? -_-;

아무튼 예수와 붓다라는 2대 성인이 하계에서 공동 생활로 휴가를 보낸다는 설정만으로도 빵터지는 이 작품은 그 명성에 걸맞은 재미를 보장합니다. 특정 종교에 신앙심이 충실하신 분들이 아니라면 말이죠. (...) 사실 종교적 관점에서 이 작품만큼 깔 거리가 많을 작품도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굳이 삐딱선으로 보지 않아도 중간 중간 나오는 각 종교의 교리 소재의 오류라든가) 개그 만화에 다큐멘터리를 요구해봤자 뭐 멋대가리 없는 행동이지요. 예수와 붓다라는 서로 다른 종교의 사조들이 벌이는 군상극이라기 보다는, 그냥 신적인 존재들이 현대 일본 생활에 적응해 나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오히려 이 작품의 문제점이라면 개그 코드가 사람 취향을 탈 확률이 크다는 것일 겁니다. 기본적으로 붓다와 예수라는 성인들이 현대 '일본' 의 분위기에 지나칠 정도로 잘 적응하면서도, 가끔씩 엇나가는 순간을 보여준느 것이 이 작품의 개그 코드입니다. 문제는 그런 일본의 분위기에 한국 독자들은 익숙하지 않아서, '이게 무슨 소리야?' 란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거지요. 특히 이 작가는 일본의 서브 컬쳐를 자주 소재로 삼는 편이라...... 뭐, 이 작품을 찾아볼 정도의 사람이면 대부분 알 만한 사람들일테니 상관 없으려나? (...)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BL 이 나름 흥한다는 이야기 (...) 를 듣고 뿜었던 기억이 있는데, 원판 또한 상당히 BL 코드가 농후하더군요. (...) 젊은 남자 2명이서 동거하는 이야기라는 기본 스탠스만으로도 충분히 흥할 만한 요소인데, 작품 속 두 남자의 지나칠 정도로 친밀한 모습을 보면 솔직히 작가가 노린 게 아닐까란 생각이 스멀스멀. (...)



2. 붓다 8권 (저자 : 데즈카 오사무, 역자 : 최윤정)


위 작품에 등장하는 붓다가 만화방에서 보고 울었다는 (...) 데즈카 오사무의 붓다 8권입니다. 말이 필요 없는 작품으로 이 작품을 보면 왜 수총 선생이 만화의 신이라는 소리를 듣는지 통감할 수밖에 없다는...-_-; 이야기의 흡입력 및 재미, 그리고 주제 구성에 있어 어느 하나 빠질 것이 없는 명작으로서 가히 본좌급 작품이라 할만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수총 선생님의 작품인 불새보다도 훨씬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6권에서 붓다가 깨달음을 얻을 때는 눈물이......ㅠㅠ 이 작품의 유일한 단점은 역시 자비 없는 가격이 아닐까. 책의 두꺼움과 정비례하는 압박적인 가격.

8권에서는 후에 10대 제자라 불리게 되는 붓다의 제자들의 탄생과, 불교라는 교단의 태동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전권에서 악마의 가호를 받는 아난다는 의외로 싱겁게 붓다의 제자가 되더군요. 그리고 한 권도 안 지나서 붓다의 열성 빠돌이 화. 대신 아난다의 동료였던 아힘사가 스토커로 돌변하여 (...) 붓다의 목숨을 노리나 이 친구도 그 말로가 뻔한 게 참...-_-; 아무튼 이번 권에서의 붓다의 성인 파워는 그야말로 무적으로 가는 곳마다 우후죽순으로 제자들이 생겨납니다. 발음상으로 볼 때 후의 불교의 2대 전인이 되는 가섭 존자가 끼어 있을 거로 추정되는, 캇사파 형제라는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문제는 이들 모두가 붓다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고 좀 심심한 캐릭터들이라서 -_-;

후에 붓다의 가장 큰 적이 되는 데바닷타가 불교 교단의 교칙을 정했다는 꽤나 흥미로운 설정도 나옵니다. 그리고 데바닷타의 위험성 및 후에 불교를 탄압할 것으로 보이는 아자타샤트루 왕자가 부각되면서, 그 동안 복선이었던 마가다 왕국의 예언이 점점 현실이 되어 갑니다. 이렇게 되면 루리 왕자가 있는 코사라국이든 아자타샤트루 왕자가 있는 마가다 국이든 전부 붓다에게 적대적이게 되는데 과연 어떻게 될련지.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되? 전부 붓다에게 감화되면서 끝나겠지.




3.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3, 4 권 (작화 : 허영만, 글 : 이호준)

 

 


다음 만화속 세상 및 신문에서 연재되고 있는 말에서 내리지는 않는 무사의 3,4 권이 나왔습니다. 만화속 세상의 정책에 따라 책으로 나온 분량은 유료 보기로 전환되는 것 같던데 책의 판매량을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_-; 작품 세계 및 실제 몽골의 환경 및 풍습에 대해 다루고 있는 부록은 충실한 편이지만, 칼라라서 그런지 가격이 좀 센 편이라 굳이 소장할 가치를 못 느끼겠다는 분들에게 추천하기는 조금 미묘하군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소장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라 생각하지만...... 

3,4권이 담고 있는 분량은 테무진과 헤어진 뒤의 자무카 쪽의 시점으로 진행되면서 자무카가 자다란의 지배자가 되는 과정의 3권, 테무진의 아내 부르테의 구출 이후 초원의 중심 세력이 되어 점차 대립하게 되는 테무진과 자무카, 그리고 이들의 격돌이 이루어지는 13익의 전투를 다루고 있습니다. 내용은 그야말로 자무카 무쌍 (...) 으로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천재성을 보이고 있는 자무카를 보면 이 작품의 주인공이 테무진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주인공이 자무카는 자다란의 수장이 아니라 신의 아들 같다는 대사까지 나올까. -_-; 

종래 칭기즈칸 전기에서 다루고 있는 모략가로서 테무진의 발목을 잡는 자무카 vs 위대한 지도자 테무진의 구도와는 달리 허영만 화백과 이호준 실장은 그 자신이 압도적인 재능과 카리스마를 지닌 천재 자무카 vs 재능은 평범하지만 역경 속에서 성장하는 지도자 테무진의 대립 구도로 잡고 있더군요. 하긴 몽골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자무카 때문에 죽을 뻔한 게 한 두번이 아닌 칭기즈칸의 전적을 생각해 본다면 이쪽이 더 어울릴지도. 요즘 트렌드와도 더 부합하고요. 하지만 세계사적으로 유명한 네임드 부하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는 테무진 쪽 진영과 달리, 역사에 기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듣도 보지도 못한 엑스트라들로 채워지고 있는 자다란 진영을 보고 있자면 (...) 그 결말이 보이기에 안타깝네요.

그나저나 12C의 몽골 초원에서 21 C 경영 전략서에서 나올 법한 대사와 분석을 하고 있는 캐릭터들을 보면 뭔가 위화감이.(...) 특히 자무카나 무칼리 같은 전략가형 캐릭터는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합니다. -_-; 아니 뭐 그게 나쁘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역사를 소재로 한 문화 컨텐츠의 재미는 이런 걸 보는 재미니까요.

(+) 이 작품에서는 칭기즈칸의 장남인 조치 (주치) 의 혈통을 메르키트로 확정짓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