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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대중문화

엘러리 퀸의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2011, 역자 : 이재중, 검은 숲 출판사) 감상



줄거리 :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에서는 뉴욕 중심가의 프렌치 백화점, 개장 시각을 앞두고 가구 전시실의 벽침대를 내리기 위해 스위치를 누르자 그 속에서 시체가 굴러 떨어진다. 시체의 신원은 프렌치 백화점 사장의 부인 위니프레드 마치뱅크스 프렌치. 살인 현장에서는 사건과 관련된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고, 기묘한 상황은 수사를 혼란에 빠뜨리고 마는데……. 하지만 엘러리 퀸은 연역적 추리와 예리한 통찰력으로 단서를 하나하나 찾아내 진실에 당도한다. 마침내 엘러리 퀸은 모든 용의자를 한데 소환하고 범인을 지적하는데…… (YES 24 책 소개에서 발췌.)

(스포일러는 흰색 글씨로 가렸습니다.)

- 검은 숲 출판사를 통해 새롭게 나오고 있는 엘러리 퀸의 초기 국명 시리즈 중의 두번째 작품인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를 구해서 읽어 보았습니다.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는 이전에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기는 있지만 구하기 어려웠던 책으로, 개인적으로는 이번 검은 숲 출판사의 엘러리 퀸 출간 덕분에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된 책입니다.

- 일단 판형 및 오래된 책의 분위기를 만들고자 일부러 종이에 누렇게 뜬 색깔을 입힌 형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의도한 것도 아마 이런 이유였을테지만, 찾아보기 힘든 오래된 책을 구해서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개인적으로 좋더군요. 양장이지만 크기도 적당해서 들고 다니기 편합니다. 다만 책값은......요즘 책값이 다 그렇죠. 뭐. -_-; 전체적으로 마음에 든 형태라서 시리즈를 다 사서 모으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만 가격 때문에 아마 어려울 것 같습니다. 번역에 대해서는 제가 원판을 읽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패스. 다만 읽으면서 불편한 점은 전혀 없었습니다.

- 내용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엘러리 퀸 초기 시리즈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초중반부에 (...) 막판 독자에의 도전장에서부터 결말 부분까지 몰아치는 몰입감까지. 두번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엘러리 퀸의 스타일은 확립이 되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엘러리 퀸 특유의 페어 플레이 정신 또한 돋보이는데 결말 부분을 읽다 보면 '아, 진짜 이렇게 뻔한 걸 왜 몰랐지.'란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아무래도 현재 21C의 대한민국을 사는 독자로서는 20C 초의 미국의 풍속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약간 이해도가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예를 들어 범인의 성별을 구별하는 중요한 단서였던 모자와 신발을 넣는 방법 같은 경우 현재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이라면 조금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일 겁니다. 물론 작중에서 인물간 행동의 차이로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만 그걸 성별의 차이로 발상을 전환시키기에는 요즘 한국 사람들은 모자 통이나 구두 주머니를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려울 겁니다.) 프랑스 파우더의 미스터리는 그런 정도가 덜한 편입니다. 결말의 의외성보다는 전개의 개연성 및 논리의 정합성을 강조하는 엘러리 퀸의 작품은 어떻게 보면 심심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이런 담백함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 엘러리 퀸은 이번 작품에서도 등장 여자 캐릭터랑 섬씽이 있는 듯한 묘사가...-_-; 그것도 친구 애인이랑. (...) 설마 이 인간 전 시리즈 동안 내내 이런 기믹인 건가? 아버지가 바로 옆에 붙어 있는데도? (...) 국명 시리즈 서문 앞에서 묘사되는 마누라는 결국 끝까지 정체가 안 밝혀진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럴 거면 왜 작가들이 엘러리 퀸이 여자에게 인기 있다는 설정을 붙였는지 의심스럽군요.-;

- 내용 중에서 가장 유일하게 의문이 드는 건 바로 결말 부분입니다. 결국 범인이 프렌치 부인을 살해했다는 물적 증거가 없어서, EQ가 논리적 증명으로 범인을 몰아세워 궁지에 몰린 범인이 자살을 했다는 결말인데, 이미 조직의 부하가 잡히고 모든 것을 털어놓은 시점에서 결정적 증거가 나온 상황 아닙니까? 프렌치 부인을 살해하는 순간을 본 '결정적 증언을' 받아낼 수 없을지 몰라도, 범인이 프렌치 부인과 프렌치 부인의 딸을 살해한 사실은 부하가 알고 있었지요. -_-;  또 이후 전개에서 소탕될 마약 조직을 생각해 보면, 그 와중에 프렌치 부인의 살해를 교사했다는 조직 두목의 증언을 받을 수 있을텐데 이런 상황을 전부 고려한다면 범인이 빠져나올 수 있는 구멍은 거의 없는데 말입니다. 이런 걸 생각해 보면 EQ는 결국 범인을 괜히 궁지에 몰아 넣어 자살하게 만든 셈이 됩니다. (...) 워낙 죄질이 악랄한 놈이라 동정은 안 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