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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음악

소카베 케이이치 탐사 04 ([24時])

2010/10/09 - [Headphone Music/잡담] - 소카베 케이이치 탐사 01 ([MUGEN], [東京], [キラキラ!])
2010/11/15 - [Headphone Music/잡담] - 소카베 케이이치 탐사 02 ([愛と笑いの夜], [サニーデイ・サービス])
2010/12/28 - [Headphone Music/잡담] - 소카베 케이이치 탐사 03 ([本日は晴天なり])

サニーデイ・サービス - [24時] (1998, MIDI)

서니 데이 서비스가 가장 바빴던 시기를 꼽으라면 저 사랑과 웃음의 밤 이후부터 이 24시까지 아닐까 싶습니다. 거의 몇개월 단위로 앨범을 세 장이나 냈기 때문입니다. 지치지 않았나 걱정될 정도였는데 안그래도 24시 제작할 무렵엔 꽤나 심적인 부담이 강했다고 하더라고요.

한마디로 24시는 굉장히 방만한 앨범입니다. CD 1장에 15곡이 꽉꽉 채워져 있는거에 모자라 베이비 컴 히어 조곡 (10분 50초 짜리 대곡입니다)이라는 곡이 들어있는 미니 CD까지 있습니다. 서니 데이 서비스 판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혹은 화이트 앨범이라고 할까요. 곡 길이도 서니 데이 서비스 역사상 최장입니다. 6분-10분짜리 곡이 꽤나 포진하고 있는데다 러닝 타임도 1시간 20분대. 전작 세임 타이틀이 절반의 러닝 타임에 5분을 넘어가는 곡이 없었던 걸 생각해보면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게다가 'ぼくは死ぬのさ' (나는 죽을꺼야) 같은 곡엔 기존 서니 데이 서비스 곡에서 볼수 없는 차가운 시니시즘이 깔려있습니다. 서정적인 멜랑콜리로 끌어가는 'カーニバルの灯' (카니발의 등불) 뒤에 나오니 좀 깨기도 하고요.

확실히 이 앨범은 전작과 달리 컴팩트한 맛은 없습니다. 솔직히 전체를 들으려면 버겁기도 해요. 싱글컷이 두개 나오고 익숙한 서니 데이 서비스의 무드로 이끌어가는 초중반과 달리 후반부는 앰비언트의 화법까지 도입되니 집중해서 들으려니 조금 고역입니다. 멤버들 인터뷰에 따르면 청자를 적을 돌리고 싶었다, 라고 하는데 그 말대로 [24시]는 서니 데이 서비스 앨범 중 가장 불친절한 앨범입니다. 걸작이 되기엔 과도하다고 할까요.

하지만 그 점 때문에 [24시]는 굉장히 유니크한 매력을 가지게 됩니다. 이 앨범엔 막 포텐이 터진 밴드만이 할 수 있는 방만함과 자유로움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게다가 중심이 되는 무드가 꽤 강해서 방만하지만 방향성을 잃을 정도는 아닙니다. [24시]는 방랑과 보헤미안 색채가 강한 앨범이에요. 여행이라는 테마가 가장 강하게 박혀있는 앨범이기도 하고요. 첫 곡이자 싱글로 나왔던 'さよなら! 街の恋人たち' (안녕히! 거리의 연인들) 곡을 들어보면 알수 있습니다. 게다가 소카베 케이이치의 송라이팅은 여전히 탁월합니다. '今日を生きよう' (오늘을 살아가자)의 나른한 휭크, '月光荘' (달빛장)의 서정미 가득한 절창, 'シルバー・スター' (실버 스타)의 반짝거림은 한번 들으면 절대로 잊혀지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세임 타이틀의 담백 스트레이트함과 사랑과 웃음의 밤의 애수 중간에 있는 앨범입니다.

서니 데이 서비스는 1990년대 일본 모던 로크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엔 스피츠와 쿠루리, 미스터 칠드런 같은 쟁쟁한 이름들이 있으니깐요.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90년대 일본 모던 로크 주자는 서니 데이 서비스입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24시]는 그들의 매력을 심화 학습할수 있는 귀중한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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