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스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랑'과 삶이란 테마는 게임이든 영화든 만화든 간에 스토리라인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하는 요소입니다. 인생이란 사랑이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며, 찐빵 없는 앙꼬이기 때문이죠. 누구나 살면서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갖고 좌절하며 성장합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다룰 이 작품, 케서린은 여태까지 게임이 다루었던 사랑 이야기와는 다릅니다. 아니, 케서린의 스토리와 구조는 게임 역사에 한 족적을 남겼다 할 수 있을 정도로 특이합니다.
케서린은 시작부터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무려 주인공인 빈센트가 여자 친구 K서린(케서린 구분을 위해서 K서린, C서린으로 표기합니다)로부터 갑작스러운 임신 통보를 받으면서부터 시작되니까요. 사실, 일전에 이 게임에 대한 정보를 듣지 못했다면 시작부터 큰 충격을 받으면서 시작을 했을 겁니다. 애시당초부터 성인 취향의 게임을 지향하고 있는 게임이기는 하지만, 보통의 성인취향 게임들이 성적 판타지의 충족과 대리만족으로부터 시작된다면 케서린이란 게임이 보여주는 '사랑'에 대한 담백한(의외지만) 접근을 보여줍니다. 물론 서비스 차원의 장면도 있긴 있는데 전체 비중으로 따지면 없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요.
충실한 사랑이냐 아니면 불같은 사랑이냐, 라는 두가지 선택지 중에서 고민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구도입니다. 이 점에서 게임은 상당히 참신하다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게임들이 선악의 이분법적인 구도에 집중하면서 생기는 스토리의 작위적인 부분들이 존재하지만, 케서린은 사람이 살면서 한 두번쯤 접하는 사랑, 결혼, 그리고 바람과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느쪽을 선택하든 플래이어에게 납득할만한 이야기 전개가 됩니다. 즉, 큰 이야기 단위가 아닌 일반인들이 겪는 일상적인 부분을 이야기 주제로 풀어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한 거죠. 또한 자신의 선택과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비교하는 일종의 여론조사 비슷한 시스템도 존재해서 '아,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라든가 '나만 그런거였어?'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 게임에 대한 몰입도도 높혀줍니다.
케서린의 스토리 라인이 갖는 또다른 매력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갖는 고민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인데, 보통 이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혼이란 것이 자신을 옭아맬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인공인 빈센트는 마지막 일탈로서 C서린과의 '바람'을 피우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도 게임 상에서 빈센트가 6일차까지 C서린과의 관계를 이도저도 아닌 것으로 유지하는 모습은 이런 불안감과 일탈 심리가 작용해서라고 볼 수 있죠. 7일차 이후부터는 지금까지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엔딩이 달라지게 되는데, 엔딩 내용이 C서린 굿엔딩의 황당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납득할만한 정도의 설득력을 보여줍니다. 물론 후반부의 스토리 전개가 어떤 의미에서는 조금 뜬금없는(일종의 반전이기는 한데, 좀 뜬금없기는 뜬금없달까...) 부분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엔딩의 내용은 모두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게임 장르는 기본적으로 퍼즐입니다. 블록을 움직여서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위로 올라가는 아주 단순한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조가 단순하다고 해서 쉽다고 할 수 없는 것이, 각 스테이지 마다의 시간제한이 빡빡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퍼즐은 머리를 굴려서 푸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푸는 것을 중시하죠. 마치 먼저 생각하고 푸는 것이 아니라 풀고 난 뒤에 '어? 어떻게 올라왔지?'라는 이런 느낌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습니다. 덕분에 난이도 최하의 경우에도 상당히 어렵다는 느낌. 패치 전에는 난이도 최하 조차 실제적으로 클리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있을정도 였으니까요. 게다가 기본적으로 퍼즐이란 장르 자체가 취향을 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몇몇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상당히 마이너스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풀고 난 뒤의 성취감, 긴장감 등을 고려할 때 케서린의 퍼즐은 상당히 훌륭하다 평가할 수 있습니다.
페르소나 시리즈로 유명한 아틀라스가 현세대 기기로 낸 최초의 타이틀이며, 그래픽은 그럭저럭 볼만한 수준. 카툰 렌더링의 느낌이 나는 그래픽입니다. 인물의 모션은 흠잡을때가 없으며, 특히 표정 같은 경우에는 표현도가 높습니다. 사운드 쪽에서는 음성도 괜찮지만, OST와 BGM 부분이 대단히 좋습니다.
전반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독특한 분위기와 스토리, 개성적인 퍼즐 게임이라는 점에서 케서린은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합니다. 하지만 역시 퍼즐이란 장르 자체가 매니악한 장르다 보니 모든 게이머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는 자신있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극악한 퍼즐을 극복한다면 케서린은 게이머에게 스토리적인 측면이나 게임 자체의 측면 양측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명작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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