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야 뭐 대략적으로 설명하자면 나루토 판 하우스 오브 엠입니다. 약간 미묘하게 다르지만... 나루토와 사쿠라가 토비의 츠쿠요미 환술에 걸려서 나뭇잎 마을의 닌자들의 성격이 뒤틀린 세계로 가게 되는데 그 세계는 나루토와 사쿠라의 욕망을 반영한 세계 (나루토 - 부모가 생존해 있는 평범한 가족에 대한 소망, 사쿠라 -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생활) 이기도 합니다. 좌충우돌하며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 게 영화의 주요 내용인데...
1. 뭐 시놉시스만 읽어도 이런 류를 본 독자라면 영화가 대략 어떤 전개가 될지, 어떤 결말을 맞을지 상상이 가시겠지요. 저도 그랬으니...ㅋ 실제로 영화는 정석대로 갑니다. 뭐 나루토 영화를 보러 가시면서 의외성을 바라고 가실 분은 거의 없으실테니 상관 없을 문제려나.
2. 점프계 애니메이션 극장판이 늘 그렇듯이 퀼은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그래도 원작자가 감수해서 그런지 팬들이 재밌게 볼 법한 그런 장면들이 많습니다. 원작자가 그랬는지, 아니면 애니메이션 스텝 중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는데 극장판 제작진 중에 나루토 팬덤에서 나도는 네타 거리나 이야기를 체크하는 사람이 있는듯.
3. 영화 분량상 문제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전체적으로 나루토와 그 가족에 관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른 등장 인물들은 그냥 조역. 좀 취급이 안습한 캐릭터들도 있는데 그 정점은 아마 사스케가 아닐지. ㅠㅠ
4. 사쿠라 비중 높음. 사실상 히로인.
5. 본편 소재를 이용한 장면과 오마쥬가 굉장히 많음.
6. 그냥 쓸데 없는 태클일지는 모르겠는데 나선수리검, 분명 본편에서는 근접용으로 사용하면 팔 병신이 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봉인해뒀다가 투척용으로 바꾼 게 완성형이 아니었나? 분명 근접용으로 닥돌해서 사용하는 거 같은데 왜 멀쩡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 (...) 뭐 극장판에서 설정 따져봐야 바보가 되는 거지만. -_-;
7. 스탭롤 다 보면 소소한 쿠키가 있음.
8. 엔딩 곡이 마음에 들었는데 아시아 쿵푸 제네레이션이 불렀군요. ㅋ
- 나루토란 작품의 성격은 지극히 간단합니다. 바로 주인공 나루토의 영웅담이죠. 60권이 넘게 장기 연재가 되면서 이 작품은 점프계 만화가 그렇듯이 이 만화도 긴 연재기간 동안 그 설정이 조금씩 바뀌기는 했으나 주인공 나루토의 활약상과 배틀을 담은 소년 만화란 기본적인 성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흔히 나루토란 만화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로 1부의 쥐뿔도 없었던 나루토가 노력과 근성으로 싸워가는 스토리를 좋아했는데 2부 들어서 그냥 혈통 빨, 능력 빨 만화가 되어서 아쉽다는 평이 있기는 합니다만 원작자가 그려려 했던 이야기가 나루토의 영웅담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2부의 전개 자체는 그럭저럭 납득할 만하죠. 4대 호카게와 나루토의 혈연 관계가 작품 초기부터 설정되었다는 게 거의 확실한 이상 (많은 팬들이 지적했던 작중 세계관의 유일한 금발 벽안 2명), 나루토는 히어로의 특성과 운명을 완벽하게 갖춘 캐릭터였고 2부에서의 그 위상이 급격히 높아질 건 정해진 수순이었습니다. 1부에서의 나루토의 불우한 처지와 미숙함, 수난 등은 후에 이어질 나루토의 성장과 상승을 돋보이게 할 장치였습니다. 굳이 아쉬워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많은 독자들의 반응을 끌어낸 작가의 뛰어난 연출 능력이 2부 들어서 감퇴했다는 점이겠죠.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애니메이션 10주년 기념으로 , 그리고 원작자가 참여해서 만들어진 극장판은 나루토란 작품의 기본 성격에 맞게 히어로인 '나루토'의 이야기에 집중한 작품입니다. 주제를 이야기하자면 진정한 영웅이란 어떠한 존재인가 정도일까요. 작중에서는 이런 '영웅'의 개념은 '닌자' 로 표현됩니다. 자신의 희생과 아픔 (= 가족의 행복을 가르쳐준 거짓된 세계를 버리고) 을 참고 견디고 (=원작에서도 제시된 지리이야의 닌자에 대한 정의), 정의와 진실 (=마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부모와 스승의 가르침을 이어 받아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 을 쫓아간 나루토는 진정한 닌자 (=영웅) 의 길을 걷게 됩니다. 원작에서 큰 사건의 연속 중에 일어나게 된 나루토의 영웅으로서의 소명 각성을 다시 한 번 정리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이번 극장판은 질풍전 (=2부) 의 나루토의 성장의 최종 정리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작중 시점이 인계대전 이전이라는 걸 (물론 세세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극장판만의 패러럴 세계관이겠지만)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이렇다 할 독창적인 면은 보이지 않고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원작과의 오버랩과 오마쥬를 이용한 연출을 통해 나루토 만화의 팬이라면 (특히 캐릭터 나루토를 좋아한다면) 나름 감흥을 일으킬 만한 작품이 된 거 같다는 게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나루토 원작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거나, 원작을 좋아하더라도 나루토 외의 다른 캐릭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 감흥이 없을 극장판이라는 소리겠지만요.
- 작품의 주적이 나루토의 다른 세계 버전인 건 의외라면 의외였는데 (성우가 똑같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본 성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금방 눈치 채겠지만요.), 아무래도 주인공 나루토의 영웅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 장치였던 걸로 보입니다. 이 흑화 버전 나루토는 구미의 힘을 자유롭게 다루고, 나뭇잎 마을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먼치킨적인 힘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오리지널 나루토에게 패배함으로써 나루토를 나루토답게 하는 건 구미의 힘 따위가 아닌 스승과 부모로부터 배운 진정한 닌자의 길이라는 걸 말하고 있죠. 그런데 이 흑화 나루토를 보면서 스레 나루토 ss의 고전이 생각나더군요. 구미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흑화된 성격에, 무엇보다 여우 가면... 제작진 중에 누가 이 ss 를 본 거 같다는 생각이...-_-;
- 최근 원작에서의 안습한 처지와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사쿠라가 작중 다른 세계 속에서의 유일한 나루토의 동반자로서 히로인의 입지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초반에 그 성격으로 어그로를 끌긴 하지만 (...), 평범한 소녀로서의 모습으로 불우한 인생을 산 나루토의 모습과 대비되는 축을 이루는 동시에 나루토를 각성시키는 계기의 역할을 수행하죠. 이 작품을 보니 왜 원작자 맛살 선생이 사쿠라를 히로인으로 내세웠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더군요. 사실 사쿠라는 그 소갈 머리 없는 성격 (...) 이나 출신 성분이나, 배경, 비중 등등 모든 걸 감안하면 그야말로 평범한 양민인 독자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루토와 사스케와 같은 개성이 넘쳐나는 작중 주역과 어떤 의미에서 가장 대비되는 존재라 할 수 있죠. 이번 극장판에서 그녀는 나루토의 처지를 이해하고 교감하게 됨으로써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점을 맛살 선생은 원작에서 그려내고자 했던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니까 히로인은 사쿠라로 하고 러브라인은 히나타가 가져가는 걸로 타협을.(<-) '쟤한테 꼬리치면 죽는다' 라고 협박하는 비치 ver 히나타는 나름 좋더군요.(...)
- 작중 사스케 취급이 좀 안습한데 이건 그냥 안 나오는 것보다 못 하다일 정도입니다. -_-; 원작에서의 나루토와 사스케, 그리고 사쿠라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극장판에서의 나루토와 사쿠라는 아무리 이것이 거짓된 세계라는 걸 그들이 인지하고 있더라 하더라도 조금 납득이 되기 어려운 반응을 보여줍니다. 특히 나루토는 이 만화를 게이 만화로 부르게 만들 정도로 (...) 사스케와의 유대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고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냥 남 보듯이 보더군요. '재수 없는 성격은 여전하더라.' 라고 언급 한 번만 던지고 그 뒤로는 그냥 없는 사람 취급. (...) 아무래도 분량 상 나루토와 그 가족과의 유대와 관계에 집중을 해야 했으니 생략한 걸로 보입니다. 뭐 원작자가 그린 포스터에도 사스케만 없는 걸 보면 그냥 원 기획에 없다가 나중에 집어 넣게 되었을 가능성도 있겠군요. 좀 딴 소리이기는 한데 2부에서의 급격한 위상 상승 이후 거의 최근까지 이어진 캐릭터의 추락과 공감하기 어려운 인물 묘사를 생각한다면 어쩌면 맛살 선생은 사스케란 캐릭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