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가다가 느끼는건데, 사람이 평가할수 없는 작품들이 있다는 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만, 분명한건 하나입니다. 하나의 글로 다루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작품들이 있다는 것이죠. 뭐랄까, 모래알을 새겠다고 시도하는것과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 보죠. 신세기 에반게리온 같은 작품은 작품의 완성도를 차치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이 작품이 왜 재밌나, 혹은 왜 완성도 있나를 다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소재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뭐, 그 외에도 에반게리온은 사회적 현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왜 이것이 하나의 트랜드가 되었는지 분석해야할 포인트가 너무 많은 작품이기도 하죠.
샌드맨은 리뷰가 불가능한 작품은 이유는 단순합니다. 샌드맨이 왜 대단한 작품인지 이야기를 하려면, 아예 전세계 신화에서부터 대중문화까지,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샌드맨은 기본적으로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래된 이야기에서부터 현대의 이야기까지,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설명이 붙으면 마치 샌드맨이 마치 트라비아 같은 작품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아닙니다. 샌드맨의 진짜 무서운 점은, 그 모든 이야기가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이 작품을 분석해서 리뷰를 쓴다는 것은 하나의 언어도단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앞으로의 샌드맨에 관한 글에 대해서는 무조건 '감상'이라는 단어를 붙일 것입니다.
-샌드맨:야상곡과 전주곡은 샌드맨 시리즈의 첫 시작입니다. 인간, 신을 뛰어넘은 영원, D의 일족(....)중 하나인 꿈(Dream)이 인간에게 잡힌 뒤에 탈출하여, 자신을 잡은 인간에게 복수하고 자신의 힘을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조금 이해가 안되는 권이기는 한데, 1권 내내 꿈이 보여주는 민폐나 파괴력의 수준이 거의 전우주급 수준에도 불구하고, 일개 허접한 마술사 집단한테 잡혀서 70년간을 잡혀서 살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인거 같기 때문입니다. 설정이라던가 이것저것 설명이 붙어있기는 했지만, 1권 후반부 닥터 데스티니와 꿈과의 대결을 보면 뭐랄까...이건 거의 뭐 전 지구급이라;
-뭐 그걸 빼면, 너무나 완벽해서 뭐라 할말없는 작품입니다.
-첫권임에도 개인적인 감상 포인트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몇가지 짚어보죠.
1)'꿈'의 비주얼. 사실 이러한 작품들이 다 그렇듯이, 초자연적인 존재나 신적인 존재는 다른 인간이나 인물들하고는 다르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꿈의 비주얼은 뭐랄까, 진짜 특이합니다. 더벅머리에 검은 롱코트(?), 창백한 피부, 붉게 빛나는 눈은 꿈을 묘한 케릭터로 표현합니다. 게다가 색조나 질감, 분위기 같은게 마치 다른 존재 같이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꿈이라는 영원의 권위가 그러한 묘한 느낌 때문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 재밌는 점은 각기 다른 화가가 각기 다른 꿈을 묘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성을 지닌다는 점. 이 점 역시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아벨과 카인을 최초의 '이야기'로 표현한 점. 보통은 성경에서 아벨과 카인을 인용하는 것은 원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주로입니다. 하지만, 샌드맨은 새로운 해석을 보여줍니다. 그건 바로 최초의 '이야기'라는 점이죠. 아벨을 최초의 이야기의 피해자, 카인을 최초의 이야기의 가해자로 규정하고, 영원의 세계에서 끊임없이 죽인다는 설정을 했죠. 이 부분은 뭐랄까, 정말이지 천재적입니다(적어도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성경을 놓고 보자면, 하느님이 만물을 창조할 때를 제외하면, 최초의 인간이 나온 이야기이자, 최초의 인간과 인간의 갈등, 그것이 바로 아벨과 카인의 이야기니까요.
3)개인적으로 1권 최고의 에피소드로 뽑는 부분은 총 두군데, 꿈이 지옥으로 들어가 자신의 투구를 찾는 부분(지옥의 희망)과 마지막 에피소드(그녀의 날개소리)입니다. 지옥의 희망은 옛 전설이나 이야기에 많이 등장하는 지혜의 대결(그냥 쉬운말로 랩배틀)을 미국 스탠딩 코미디쇼에 비유한 점이나, 1권 최고의 명대사 "이곳에 갇힌 자들이 천국을 꿈꿀 능력이 없다면 지옥이 무슨 힘을 가지겠는가?" 이 말 한마디로 지옥의 영역 한가운데서 무사히 생환하는 위엄을 보여주시는 꿈느님 오오...요즘의 만화나 애니메이션, 대중문화가 육체적인 싸움에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많았는데, 샌드맨은 말빨의 위엄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녀의 날개소리'는 구조가 멋지더군요. 처음 시작할 때와 나중에 해어질때의 이야기를 회수하는 장면은 구조가 탄탄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줍니다.
4)일전에 muhootsaver님이 보내주신 색감 비교 그림을 떠올려 보니, 제 샌드맨은 예전의 색보정하기 전의 샌드맨인듯 합니다. 이런...저는 개정판 색감이 더 마음에 드는데 말이죠.
5)은근히 DC코믹스 친구들이 많이 보이는듯. 콘스탄틴이나 배트맨, 닥터 데스티니나, 심지어 허수아비도 카메오 출현(.....)
-2권 보면 2권 감상도 이런식으로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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